로즈가든 공사 현장 둘러보는 트럼프 대통령 2025년 7월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모델링 중인 로즈가든을 둘러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백악관 대표 정원, 60년 만에 콘크리트 바닥으로미국 백악관 로즈가든의 상징이던 넓은 잔디밭이 최근 콘크리트 바닥으로 완전히 교체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주도한 이번 조경 변경은 실용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공공 정치공간의 역사성과 미관이 훼손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피플지는 23일(현지시간) “잔디가 완전히 제거됐고 회색 콘크리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고 보도했다.
“힐 신고 불편”…공식 행사를 위한 편의적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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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진행 중인 백악관 로즈가든 2025년 7월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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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진행 중인 백악관 로즈가든 2025년 7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이 공사 중인 모습. AP 연합뉴스
로즈가든은 대통령 연설과 기자회견, 외빈 환영 등 공식 행사가 열리는 공간으로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 현재의 형태로 조성됐다. 백악관 측은 “젖은 잔디 위를 하이힐 신고 걷기 어렵다”며 “공식 일정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 잔디가 젖으면 사람들이 넘어진다. 특히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이 걷기 힘들다”며 “정치 행사에 더 적합한 고급스러운 석재나 파티오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새로 설치된 콘크리트 바닥은 정원 중심부를 가로지르며 넓은 직사각형 형태로 깔렸다. 시공은 국립공원관리청(NPS)이 맡았으며 8월 중순 완공 예정이다.
“재단장”에 이어…2025년 공사 개시와 복원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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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센터 공연 참석한 멜라니아 여사 2025년 6월 11일(현지시간)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레미제라블’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번 논란은 멜라니아 여사가 2020년 당시 시절 로즈가든을 재단장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전통 장미 덤불 일부가 제거되고 대리석 통로가 추가되면서 ‘녹지 훼손’ 논란이 있었다.
앞서 백악관 관계자는 지난달 초 공사가 시작될 당시 “이번 공사는 2020년 재단장의 기반 위에 실용성과 방문객 경험을 더욱 개선하기 위한 복원 작업”이라며 “로즈가든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역사적 공간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설계됐다”고 피플지에 밝혔다.
정치적 무대라는 해석도…트럼프 스타일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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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년 7월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건축 전문지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는 이번 조경 변경이 단순한 실용성 개선을 넘어 백악관을 정치적 무대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이 잡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플로리다 리조트인 마러라고 스타일을 참고해 로즈가든을 연출했으며, 단단한 바닥 구조가 기자회견이나 정치 행사를 위한 시청각 무대 연출에 더 적합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자신의 집무실도 대대적으로 꾸몄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그는 오벌 오피스에 금색 장식과 골든 프레임, 벽난로 조각, 문 위 금박 문장 등을 추가했다. 이런 변화 역시 마러라고 풍의 화려한 이미지를 백악관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온라인 여론 엇갈려소셜미디어에서는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하는 연설은 백악관 상징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과 “휠체어나 유모차 접근성을 높인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번 변화가 단순한 조경 변화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이미지 전략이라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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