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직격탄…국군 병력 20% 줄자 외신 “안보 붕괴 위험”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08-11 10:55
입력 2025-08-11 10:55
│6년 새 사단급 이상 부대 17곳 해체·통합…로이터 “20세 남성 인구 30% 감소, 작전 효율성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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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한미 ROTC 사관후보생 동반훈련
육군, 한미 ROTC 사관후보생 동반훈련 육군이 지난 7일부터 8일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한미 ROTC 사관후보생 동반훈련’을 실시했다고 8일 밝혔다. 사진은 양국의 후보생들이 서로 수통의 물을 이용해 무더위를 견디고 있는 모습. 2025.8.8 육군 제공. 연합뉴스


국군 병력이 6년 만에 20% 줄어든 가운데 사단급 이상 부대 17곳이 해체되거나 통합된 것으로 드러났다. 안보 공백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주요 외신들도 한국의 저출산이 안보 체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제시했다.

6년 새 11만 명 감소, 간부 확보율도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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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병력·부대 변화 그래프
국군 병력·부대 변화 그래프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추미애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군 병력은 2019년 56만 명에서 올해 7월 기준 45만 명으로 줄어 최소 상비 병력 50만 명보다 5만 명 부족한 상태다. 같은 기간 육군 병력은 30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10만 명 이상 감소했다. 현역 판정률을 69.8%에서 86.7%로 높였음에도 감소세를 막지 못했다.

간부 선발률도 2019년 약 90%에서 2024년 50% 수준으로 떨어져 장기 복무 인원 확보와 부대 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 병력 감소에 따라 강원·경기 북부 전투 및 동원 부대를 중심으로 해체·통합이 진행됐으며, 11월에는 경기 동두천 주둔 제28보병사단도 해체된다.

외신 “20% 병력 감소는 곧 안보 치명타”로이터통신은 병력 20% 감소와 20세 남성 인구 30% 감소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부사관 2만여 명 부족이 작전 효율성과 전략적 대응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세계 최저 출산율로 인해 병력이 약 5만 명 부족해 한국의 안보 준비 태세가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 포스트 역시 한국군 병력 감소를 주요 국제 안보 이슈로 다뤘다.

한미 연합방위 구조까지 영향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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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한미 ROTC 사관후보생 동반훈련
육군, 한미 ROTC 사관후보생 동반훈련 육군이 지난 7일부터 8일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한미 ROTC 사관후보생 동반훈련’을 실시했다고 8일 밝혔다. 사진은 양국의 후보생들이 한줄다리 장애물을 넘어가는 모습. 2025.8.8 육군 제공. 연합뉴스


병력 감소는 국내 문제를 넘어 한미 연합방위 구조와 주둔 미군 운용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정부와 군 수뇌부 역시 한국 내 병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4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은 “주한미군 2만8500명 하한선 유지는 동맹에 대한 핵심 약속”이라며 현재 주둔 규모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5월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 행정부 내 일부에서 4500명 감축 가능성이 논의됐으나 공식 결정된 바는 없다고 보도했다.

감축·재편 vs. 기술동맹 심화…싱크탱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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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한미 ROTC 사관후보생 동반훈련
육군, 한미 ROTC 사관후보생 동반훈련 육군이 지난 7일부터 8일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한미 ROTC 사관후보생 동반훈련’을 실시했다고 8일 밝혔다. 사진은 양국의 후보생들이 인공암벽 극복 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2025.8.8 육군 제공. 연합뉴스


지난달 워싱턴DC 기반 외교·안보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Defense Priorities)는 동북아 미군 태세 재조정의 목적으로 한국 내 주둔 미군 지상군과 전투기 전력 축소를 제안했다. 해외 개입 최소화 성향이 강한 이 단체는 한국군 현대화 수준을 고려하면 대규모 주둔 병력 없이도 억제력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또 장거리 정밀타격·해군 기동전단 등 ‘유연한 전력’으로 중국·북한 위협을 억제하고, 병력과 예산을 미국 본토 방위나 다른 지역 분쟁 대응에 돌리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미국 해군·해병대 지원 연구기관인 해군분석센터(CNA)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한국의 인구 감소를 안보협력 과제로 지적하면서도 이를 ‘국방혁신 4.0’(Defense Innovation 4.0) 추진의 기회로 평가했다. 국방혁신 4.0은 한국 국방부가 인공지능(AI)·무인체계·스마트 네트워크 기반 전력화로 병력 의존도를 줄이고 전투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차세대 군 현대화 전략이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도 인구구조 변화가 안보와 경제 전반에 장기적인 위험을 남긴다고 경고했다.

병력·기술·동맹으로 ‘축소 효과’ 상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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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한미 ROTC 사관후보생 동반훈련
육군, 한미 ROTC 사관후보생 동반훈련 육군이 지난 7일부터 8일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한미 ROTC 사관후보생 동반훈련’을 실시했다고 8일 밝혔다. 사진은 양국의 후보생들이 유격체조를 실시하는 모습. 2025.8.8 육군 제공. 연합뉴스


대응책은 병력, 기술, 동맹 세 방향에서 제시된다. 병력 분야에서는 여군 비율 확대, 단기 복무 장려금 지급, 보충역·상근예비역 제도 조정, 간부 확보 방안이 논의된다. 기술 부문에서는 AI·무인체계·자동화를 접목해 경계·경보·화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방안이 부상한다. 동맹 측면에서는 주한미군 하한선 유지와 임무 분담, 연합훈련의 질적 심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한 수치 변화 아닌 안보 구조 전환의 신호이번 발표는 단순한 통계가 아닌, 한국 안보 체계 전환의 신호탄이다.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현재 주둔 유지”이지만 일부 싱크탱크는 감축이나 전력 재편, 기술 중심의 동맹 심화를 논의할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병력·기술·동맹을 아우르는 ‘삼위일체 전략’이 앞으로 한국 안보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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