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밀에 FBI까지…17년 암약한 中 간첩의 최후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0-01 18:18
입력 2025-10-01 18:18

유럽의회 기밀 문건 500여 건 유출…AfD 의원 보좌관 신분 활용
17년간 암약하며 군수 수송·反체제 인사 동향까지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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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드레스덴 고등법원에서 열린 간첩 사건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지안 궈(오른쪽). 그는 AfD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며 유럽의회 기밀 문건과 반체제 인사 동향 등을 중국 측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2025년 9월 30일(현지시간), 독일 드레스덴. EPA 연합뉴스
독일 드레스덴 고등법원에서 열린 간첩 사건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지안 궈(오른쪽). 그는 AfD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며 유럽의회 기밀 문건과 반체제 인사 동향 등을 중국 측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2025년 9월 30일(현지시간), 독일 드레스덴. EPA 연합뉴스


독일 법원이 유럽의회 기밀 문건을 빼돌리고 미국 연방수사국(FBI) 내부 정보 수집까지 시도한 중국계 간첩에게 징역 4년 9개월을 선고했다고 현지 언론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고인은 중국 출신 독일 국적자 지안 궈(44)로, 극우 성향 정당 독일대안당(AfD) 소속 막시밀리안 크라 의원의 전직 보좌관이다. 그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브뤼셀에서 활동하며 유럽의회 국제무역위원회 관련 기밀 문건 500여 건을 확보해 중국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FBI 정보까지 노려재판 과정에서는 궈가 독일 라이프치히 공항 물류업체 직원이자 중국 국적 여성 야츠 X를 통해 군수 물자와 승객 정보를 수집했으며 나아가 FBI 내부 정보까지 알아내려 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그는 해당 업체에 새로 입사한 직원이 FBI나 미국 정부와 연관 있는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라이프치히 공항은 유럽 내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물자가 집결하는 주요 거점으로 꼽힌다.

공범 집행유예…크라 의원도 수사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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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적의 피고인 야츠 X(오른쪽)가 변호인들과 함께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독일 방산기업 관련 정보를 중국 측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번 사건은 AfD 소속 막시밀리안 크라 의원의 전직 보좌관 지안 궈와 연계된 간첩 재판의 일환이다. 2025년 9월 30일, 독일 드레스덴 고등법원. AFP 연합뉴스
중국 국적의 피고인 야츠 X(오른쪽)가 변호인들과 함께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독일 방산기업 관련 정보를 중국 측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번 사건은 AfD 소속 막시밀리안 크라 의원의 전직 보좌관 지안 궈와 연계된 간첩 재판의 일환이다. 2025년 9월 30일, 독일 드레스덴 고등법원. AFP 연합뉴스


공범으로 지목된 X는 공항 근무 중 화물·승객·군수 장비 수송 관련 정보를 궈에게 전달한 혐의로 징역 1년 9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한편 궈의 상관이었던 크라 의원은 지난해까지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다 올해 2월 연방하원(분데스탁)으로 당선됐다. 그는 러시아 선전매체에서 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FBI의 주시 대상이 됐으며 현재 독일 검찰도 뇌물수수·자금세탁 혐의로 수사 중이다.

크라는 독일 언론 DPA에 “전직 보좌관 체포 직후 사무실 보안을 강화했다”며 “이번 재판을 통해 여러 사실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을 둘러싼 혐의에 대해서는 “정치적 음해”라고 반박했다.

“독일에서 가장 심각한 中 간첩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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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간첩 사건 판결이 열린 독일 드레스덴 고등법원 전경. 이번 재판에서 AfD 의원 보좌관 출신 지안 궈는 유럽의회 기밀 유출과 간첩 혐의로 징역 4년 9개월을 선고받았다. 2025년 9월 30일, 독일 드레스덴. AP 연합뉴스
중국 간첩 사건 판결이 열린 독일 드레스덴 고등법원 전경. 이번 재판에서 AfD 의원 보좌관 출신 지안 궈는 유럽의회 기밀 유출과 간첩 혐의로 징역 4년 9개월을 선고받았다. 2025년 9월 30일, 독일 드레스덴. AP 연합뉴스


검찰은 궈가 최소 2007년부터 중국 당국에 정보를 넘겨왔다고 보고 있으며 이번 사건을 “독일에서 발생한 가장 심각한 중국 간첩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궈는 최후 진술에서 “나는 중국 정보기관 직원이 아니다. 무죄”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중국 정보기관의 명백한 고용인”이라며 유죄를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유럽 내 중국의 조직적 간첩 활동에 대한 우려를 다시 한번 확산시키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과거 유럽 각국의 간첩 의혹 제기에 대해 “중국을 흠집내기 위한 정치적 공세”라며 부인해 왔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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