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하늘서 50분간 ‘전화 회의’…F-35, 끝내 불덩이 추락 [포착]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08-28 15:53
입력 2025-08-28 15:53
│착륙장치 결빙에 통제 불능…조종사 탈출 기체 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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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에일슨 공군기지 상공에서 추락한 미 공군 F-35 전투기. 기체는 곧바로 폭발하며 전소했고 조종사는 긴급 탈출했다. 출처=엑스
알래스카 에일슨 공군기지 상공에서 추락한 미 공군 F-35 전투기. 기체는 곧바로 폭발하며 전소했고 조종사는 긴급 탈출했다. 출처=엑스


미국 공군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가 알래스카 상공에서 추락하기 전 조종사가 엔지니어들과 50분 동안 공중 회의를 진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CNN은 27일(현지시간) 미 공군 사고 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륙 직후 경고음과 공중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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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에일슨 공군기지 제354전투비행단 소속 F-35A 전투기. 사진은 사고 기체와 동일 기종이다. 미 공군 제공
알래스카 에일슨 공군기지 제354전투비행단 소속 F-35A 전투기. 사진은 사고 기체와 동일 기종이다. 미 공군 제공


사고는 1월 28일 페어뱅크스 인근 에일슨 공군기지에서 일어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F-35A(기체 번호 19-5535)는 편대 훈련에서 ‘레드 에어(적기)’ 역할을 맡았다. 이륙 직후 ‘기어 오버스피드(overspeed gear)’ 경고가 울렸다. 이 경고는 착륙장치 도어가 완전히 잠기지 않은 상태에서 기체가 275노트(시속 509.3㎞) 이상으로 가속할 때 발생한다. 이후 전방 착륙장치가 약 17도 왼쪽으로 비뚤어져 접히지 않은 채 고정됐다.

조종사는 기내 점검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비행감시관(SOF)을 통해 록히드마틴 엔지니어들과 화상 회의를 했다. 소프트웨어 담당 1명과 안전 담당 1명, 착륙장치 전문가 3명이 참여했고 회의는 50분 동안 이어졌다.

‘터치 앤 고’ 두 차례 시도에도 결국 통제 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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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 에일슨 공군기지에서 추락한 F-35 전투기의 순간을 담은 영상 캡처. 전투기가 수직으로 추락한 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조종사는 낙하산을 펴고 탈출했다. 출처=엑스
미국 알래스카 에일슨 공군기지에서 추락한 F-35 전투기의 순간을 담은 영상 캡처. 전투기가 수직으로 추락한 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조종사는 낙하산을 펴고 탈출했다. 출처=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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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에일슨 공군기지 상공에서 미 공군 F-35 전투기가 추락했다. 조종사는 긴급히 탈출했고 기체는 곧이어 폭발했다. 출처=엑스
알래스카 에일슨 공군기지 상공에서 미 공군 F-35 전투기가 추락했다. 조종사는 긴급히 탈출했고 기체는 곧이어 폭발했다. 출처=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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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 에일슨 공군기지 위성사진에 표시된 F-35A 추락 경로와 충돌 지점. 조종사는 활주로에서 ‘터치 앤 고’를 시도한 뒤 곧바로 기체가 추락했다. 미 공군 제공
미국 알래스카 에일슨 공군기지 위성사진에 표시된 F-35A 추락 경로와 충돌 지점. 조종사는 활주로에서 ‘터치 앤 고’를 시도한 뒤 곧바로 기체가 추락했다. 미 공군 제공


조종사는 활주로에 잠깐 닿았다가 곧바로 이륙하는 ‘터치 앤 고’를 두 차례 시도했으나 앞바퀴는 여전히 비뚤어진 채였고 좌우 메인 착륙 장치까지 얼어붙어 펴지지 않았다. 항공기 센서는 기체가 지상에 있다고 잘못 판단했고 비행제어 소프트웨어는 자동으로 ‘지상 모드(On-Ground CLAW)’로 전환했다. 군사 전문 매체 워존(TWZ)은 “비행 중에도 지상 모드로 바뀌면서 조종사가 기체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조종사는 즉시 탈출에 성공해 가벼운 부상만 입었다. 하지만 약 1억9650만 달러(한화 약 2726억 원)짜리 기체는 거대한 불길에 휩싸여 전소했다. 사고 당시 기체는 조종사 탈출 뒤에도 상승했다. 해발 3205피트(약 976m), 지상고 2665피트(약 812m)에 도달한 뒤 실속해 수직으로 추락했다. 폭발 장면은 영상으로 확산됐다.

유압 오염과 센서 오류가 만든 ‘추락 도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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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 전투기 전방 착륙장치(NLG)에 장착된 ‘무게 감지 센서(WoW)’ 위치를 표시한 사진. 이번 사고에서는 해당 센서가 기체를 지상에 있는 것으로 잘못 인식해 추락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 공군 제공
F-35 전투기 전방 착륙장치(NLG)에 장착된 ‘무게 감지 센서(WoW)’ 위치를 표시한 사진. 이번 사고에서는 해당 센서가 기체를 지상에 있는 것으로 잘못 인식해 추락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 공군 제공


잔해 조사에서 착륙장치 유압액의 3분의 1가량이 물에 오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결빙 때문에 스트럿(strut·착륙장치 지주)이 완전히 전개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무게 감지 센서(WoW)가 잘못된 신호를 보냈고 항공기는 자신이 지상에 있다고 오인했다.

9일 뒤 같은 기지의 또 다른 F-35에서도 유사한 유압 결빙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 기체는 무사히 착륙했다. 보고서는 록히드마틴이 이미 2024년 4월 정비 안내서에서 극저온 환경에서의 WoW 센서 오작동 위험을 경고했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지침을 참고했다면 두 번째 터치 앤 고 대신 계획된 착륙이나 조종사 탈출을 권고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화된 F-35 시스템 위기 상황에 ‘양날의 검’미 태평양공군(PACAF)은 이번 사고 원인으로 정비 절차 미준수와 유해 물질 관리 프로그램의 허술한 감독 그리고 비행 중 의사결정 한계를 지목했다. CNN은 “이번 사고는 F-35와 같은 고도 자동화 전투기가 극한 환경에서 어떤 위험을 안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향후 파급효과…한랭지 운용국들 우려 커질 듯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캐나다와 핀란드 등 한랭지에서 F-35를 도입해 운용하려는 국가에도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극저온에서 센서와 유압 시스템의 신뢰성이 무너질 경우 같은 문제가 다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번 사건은 미군뿐 아니라 전 세계 F-35 운용국에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고 결론 내렸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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