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항소 포기엔 보상, 반발엔 고발… 검찰 갈등 더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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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1-21 00:45
입력 2025-11-2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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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법무부를 규탄하는 문구가 적힌 근조 화환이 줄지어 서 있다. 여권은 지난 19일 항소포기 지휘라인이던 박철우 검사장을 대검 반부패부장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전보 인사 조치한데 이어 항소포기 경위 설명을 요구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했다.  연합뉴스
20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법무부를 규탄하는 문구가 적힌 근조 화환이 줄지어 서 있다. 여권은 지난 19일 항소포기 지휘라인이던 박철우 검사장을 대검 반부패부장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전보 인사 조치한데 이어 항소포기 경위 설명을 요구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했다.
연합뉴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이후 혼란이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제 법무부는 항소 포기 결정 과정에 관여한 박철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범여권 법제사법위원들은 항소 포기 경위 설명을 요구한 검사장 18명을 집단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치검찰 조작기소대응 특별위원회는 대장동·쌍방울 사건의 핵심 증거가 조작됐다며 특별감찰도 요구했다.

박 지검장은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의 핵심 라인에 있었다. 항소 시한 이틀 전 중앙지검의 항소 방침을 보고받고도 시한이 임박한 지난 7일 오후 7시 30분에 재검토를 지시해 결국 검찰 항소를 무산시켰다. 7000억원대 범죄수익 환수 기회를 차단한 장본인이 대장동 공소 유지를 책임지는 자리에 앉은 것이다. 항소 포기에는 요직으로 보상하고, 경위 설명 요구는 내부 항명이라며 고발하는 여권의 대응을 합당하다고 봐줄 국민이 얼마나 있겠는가. 상부에서 무슨 결정을 하든 어떤 일이 벌어지든 입을 닫고 있으라는 겁박으로 비친다.

여당 주도의 법사위 강경파 의원들을 보자면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두는 까닭이 뭔지 궁금해질 정도다. 당내 지도부와의 협의도 없이 검사장 18명을 집단 고발했다. 현안질의나 국정조사 등 국회 고유의 견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데도 다짜고짜 수사기관에 문제를 떠넘긴 것이다.

당정의 이중 잣대도 문제다. 법무부는 항소 포기가 ‘지시가 아닌 의견 제시’라고 해명하는데, 여권 법사위원들은 검사장들의 경위 설명 요구를 ‘집단 항명’으로 규정해 고발했다. 법무부의 의견 제시는 합법이고, 검사장들의 의견 개진은 범죄인가.

검찰이 개혁의 대상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렇게 만신창이로 만들어서 어쩌자는 것인지 불안해진다. 검찰 기능의 위축으로 민생 사건들이 속수무책으로 지연되고 있다. 1년 뒤 폐지되기도 전에 검찰이 내부 혼란으로 먼저 와해되면 국민에게는 과연 득이 되겠는가.
2025-11-21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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