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답한 北, 대남 확성기 일부 철거… 남북·북미대화의 동력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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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수정 2025-08-10 23:47
입력 2025-08-10 23:47

李정부 대북유화 조치에 잇단 호응
18일 한미연합훈련 앞두고 이례적
北, ‘행동 대 행동’ 원칙은 이어갈 듯
美, 북한과의 대화 의지 거듭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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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확성기 전쟁 멈추나
남북 확성기 전쟁 멈추나 북한이 지난 9일부터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지만 10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측 대남 확성기(선 표시)는 아직 철거 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육안으로 파악되지 않는 곳부터 순차적으로 철거에 나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스1


북한이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철거에 호응하며 얼어붙은 남북 관계에도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군사적 긴장 완화 흐름이 남북 대화 재개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한과의 대화 의지가 뚜렷해 북한의 미세한 호응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부터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우리 군이 지난 5일 고정식 대북 확성기 20여개를 모두 철거한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지난 5~6월 북한은 일부 지역에 소형 스피커 20개를 추가로 보강했는데, 전날 오전 일부 지역에서 확성기와 스피커를 모두 철거한 정황이 파악된 것이다. 이날 북한의 추가 동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 조치에 연이어 반응하고 있다. 지난 6월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대남 소음방송을 멈췄고, 국가정보원이 대북 라디오·TV 방송을 보내지 않자 대남 방해 전파 송출을 중단했다.

북한이 ‘북침 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해 온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계획을 한미 군 당국이 지난 7일 발표했는데도 대남 확성기를 철거한 것도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미가 오는 18일부터 시작하는 UFS 연습 가운데 야외기동훈련 절반을 다음달로 연기하는 등 훈련 내용을 일부 조정하기로 한 것이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이재명 정부의 능동적 선제 조치에 대한 북한의 수동적 화합 조치”라며 이러한 분위기가 군사적 긴장을 유예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직은 북한의 잇단 호응이 이른 시일 안에 남북 대화 훈풍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8일 담화에서 남북 관계를 ‘조한 관계’로 칭하며 ‘적대적 두 국가’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정부는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씩 남북 연락채널을 통한 소통을 시도하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답하지 않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일종의 ‘행동 대 행동’의 원칙으로 남북 간 갈등을 관리하려는 의도”라며 “남북 대화 재개나 전면적 협력보다는 단기적이고 국지적인 갈등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남북 대화를 위한 핵심 변수로는 미국의 역할이 꼽힌다. 앞서 세스 베일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부차관보 대행 겸 대북특별부대표는 지난 7일(현지시간) “김여정 담화를 관심 갖고 주목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래 정책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의 협상에 관여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왔다”며 북미 대화 재개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로선 대북 유화책을 속도 조절해 가며 지속하는 수밖에 없고, 터닝 포인트는 북미 정상 간 대화”라고 내다봤다.

허백윤 기자
2025-08-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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