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 ‘괴물 폭우’로 비상 걸린 날, 4300만원 외유성 日출장 떠난 의장단

한상봉 기자
수정 2025-07-25 00:56
입력 2025-07-25 00:56
9명, 4박 5일 대부분 관광지 방문
사망자 나왔는데 조기 귀국 안 해
논란 일자 “日지자체와 미리 약속
출발 전엔 심각한 상황 아니었다”

집중호우로 전국에 산사태 위기경보가 내려졌던 지난 17일 경기북부 시군의회 의장 9명이 수행원 11명을 대동하고 일본으로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명분은 ‘지방자치 연수’였지만 실제 일정 대부분은 관광지 방문이었다.
경기북부시군의회의장협의회는 24일 “17일부터 21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의 지방행정 사례를 살펴보고 왔다”고 밝혔다. 이들이 하다카시청과 도쿄도청 등을 방문한 시간은 하루이틀에 불과했고 나머지 일정은 신주쿠, 오다이바, 요코하마 등 주요 관광지 중심이었다. 출장비 약 4300만원은 전액 각 시군 예산에서 집행됐다.
더욱이 출장단이 출국한 17일은 전국이 폭우 피해 우려로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 시점이었다. 기상청은 이미 수도권에 200㎜ 이상의 폭우를 예보했고, 경기북부는 산사태 경보가 발효 중이었다. 경기도는 일부 지역에 위기경보 ‘심각’ 단계까지 발령한 상태였다.
실제로 출장 사흘째인 20일 새벽 가평에서는 산사태로 일가족이 매몰돼 실종되는 등 사망자와 연락두절이 된 사람이 속출했다. 하지만 출장단 누구도 조기 귀국하지 않았다. 현장 대응을 위해 의회 차원의 대책 회의나 긴급 조치도 없었다.
특히 가평군의회 김경수 의장은 담당지역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모든 일정을 마치고 비가 그친 21일에야 귀국했다. 그가 수해지역을 찾은 것은 햇빛이 나고 산사태 등으로 막혔던 도로가 다시 개통한 22일이었다. 그마저도 조종면사무소 통합지원본부를 찾아 간식을 전달하고 복구상황을 보고받는 정도였다.
논란이 일자 의장협의회장인 김운남 고양시의회 의장은 “출발 당시엔 비가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며 “이미 오래전부터 일본 지자체와의 약속이 잡혀 있어 일정을 바꾸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시민들이 산사태로 매몰되고 급류에 휩쓸려 죽어갈 때 시민의 최일선 공복이라는 사람들이 신주쿠 등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이라며 “즉각적인 사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상봉 기자
2025-07-2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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