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전협상 급물살… 미·유럽 안전보장에 기댄 우크라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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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08-19 18:24
입력 2025-08-1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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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가진 뒤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주요국 정상과 다자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과 전후 영토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가진 뒤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주요국 정상과 다자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과 전후 영토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우크라이나·유럽 정상들이 백악관에 모여 ‘안전보장’을 논의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조율한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과 협력해 유럽 국가들이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효성 없는 합의로 귀결될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

논의되는 안전보장은 나토식 집단방위와는 거리가 멀다. 나토 가입은 배제되고 미군 상시 주둔도 빠진다. 유럽 일부 국가 병력이 주둔하고 미국이 지원하는 수준에 그친다.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에서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추상적 안전보장을 받았던 역사가 되풀이될 위험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영토 교환이다. 크림반도의 상실은 이미 기정사실화됐고 돈바스 상당 부분도 러시아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가 되찾는 것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일부 지역일 뿐 실질적으로는 국토를 잃는 결과다. 이는 패전국에 강요되는 조건과 다르지 않다.

강대국 정치의 본질은 거래다. 약소국의 주권과 영토는 흥정의 손쉬운 카드가 된다. 지금 우크라이나는 ‘힘없는 평화는 허상’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진정한 평화는 강대국의 보증이 아니라 자주적 억지력, 자강에서 나온다. 외교와 협상은 힘을 기반으로 할 때만 의미가 있다. 역사가 증명하듯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는 국가는 언제든 타협의 희생양이 된다. 평화의 이름으로 주권과 영토를 거래하는 협상은 장기적 불안만 키울 뿐이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자명하다. 한반도는 북핵 위협과 미중 전략 경쟁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한미동맹은 필수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자체적인 억지력과 지속 가능한 국방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한국 역시 언제든지 국제정치의 흥정판에 올라설 수 있다. 강대국의 흥정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를 지킬 힘을 확보해야 한다.
2025-08-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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