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밟은 게 엄마라고?”…눈 가린 학생에 ‘사람 다리’ 건너게 한 中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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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수정 2025-10-13 14:30
입력 2025-10-1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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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눈가리개를 한 학생들이 무릎을 꿇고 엎드린 학부모들의 등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 웨이보 캡처
중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눈가리개를 한 학생들이 무릎을 꿇고 엎드린 학부모들의 등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 웨이보 캡처


중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 ‘사람 다리’를 만들고, 학생들이 그 위를 밟고 지나가게 하는 이른바 ‘죄책감 교육’을 시행해 현지에서 논란이 됐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허난성 정저우의 한 고등학교에서 촬영된 영상이 현지 소셜미디어(SNS)에서 확산했다.

SNS에서 올라온 사진과 영상에 따르면 한 교실에서 눈가리개를 한 학생들이 바닥에 줄지어 엎드려 있는 학부모들의 등을 밟고 지나갔다. 엎드린 학부모들 양옆에 서 있는 사람들이 눈을 가린 학생들의 팔을 잡고 앞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모습도 담겼다. 진행자가 감성적인 음악을 틀어주며 “어서 하세요”라고 말하며 학생들을 격려했다고 SCMP는 전했다.

SCMP에 따르면 이 행사는 학생들에게 책임감과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됐다고 한다. 참여자는 이 학교 1학년 학생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교 재학생이라고 주장한 한 네티즌은 “소위 ‘사람 다리’를 만드는 데 누가 참여하는지 몰랐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한 여학생은 눈가리개를 벗자마자 자신이 부모를 밟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즉시 울음을 터뜨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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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눈가리개를 한 학생들이 무릎을 꿇고 엎드린 학부모들의 등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 웨이보 캡처
중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눈가리개를 한 학생들이 무릎을 꿇고 엎드린 학부모들의 등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 웨이보 캡처


학교의 이러한 교육 활동이 알려지면서 현지 SNS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부 네티즌은 “이러한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함으로써 부모의 희생을 더 잘 이해하고 존경심을 더 많이 갖게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대다수는 “가족 간 유대감을 손상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해로운 죄책감만 심어준다”, “타인을 밟는 행위가 아이들에게 도덕적 압력을 가하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해당 학교는 공식으로 사과했다. 학교 측은 “이 활동은 학부모의 동의 아래 두 학급이 자발적으로 진행했다”면서도 “부적절한 운영으로 많은 사람의 오해를 불렀다. 이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 중점을 두고 교육 방식을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 당국은 학생들의 불만을 접수했으며 이 사안과 관련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조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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