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속에서 변형된 인간의 모습은 새로운 존재로 태어난다. 아종(亞種·종을 다시 세분한 생물 분류 단위)의 존재들은 서로 얽히고 설켜 새로운 생태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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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윤수경 기자
경기 파주에 위치한 갤러리끼는 오는 30일부터 전속 작가 김남헌(30)의 개인전 ‘열린도감, 아종의 생태계’를 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그동안 탐구해 온 ‘아종’ 개념을 본격적으로 다루며, 인간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변형과 내면의 균열을 작가 특유의 드로잉 방식을 통해 풀어낸다.
작가의 화면에 색은 배제된다. ‘넌 사람이 좀 고답해’, ‘아종’ 등의 작품은 날카로운 샤프 드로잉은 흑연의 농담과 질감을 통해 관계 속 변주를 기록하며, 관객을 하나의 ‘플레이어’로 작품 속에 초대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다양한 존재의 형상을 만날 수 있는데, 분해된 표정, 롤플레잉(RPG) 게임 캐릭터처럼 배열된 신체, 마치 전설 속 괴수와 같은 모습의 존재들은 모두 인간관계 속에서 탄생한 ‘나의 변이된 일부’, 즉 아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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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도감, 아종의 생태계’ 갤러리끼 제공
그는 스케치를 미리 하지 않는다. 손의 흐름에 따라 자연적·도시적·환상적인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구성한다. 관람자는 작품 속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 해석을 이어가며, 이는 하나의 열린 생태계처럼 무한히 확장된다.
29일 갤러리에서 만난 작가는 “작업을 할 때 어떤 결과를 바라고 스케치하는 게 아니고 자동으로 손을 따라가면서 그 당시 어떤 생각을 하고 고뇌를 하고 감정을 따라가는지 천천히 감상하며 작품이 끝났을 때 손을 돌아보는 것을 즐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