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정치 과몰입,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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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5-11-21 00:17
입력 2025-11-21 00:17

정치의 발명/조홍식 지음/글항아리/592쪽/3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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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아테네 시민의 후예이고 로마 시민의 자손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신 나간 헛소리’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 말을 꽤 진지하게 한다면 ‘뭔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귀를 기울이게 된다.

●2500년 인류 역사와 ‘정치 본질’ 탐구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유럽 정치와 국제정치경제를 연구하는 조홍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다. 이 책에서 그는 “2020년대 한국인은 적어도 정치 영역에서는 2500년 전 한반도에 살던 생물학적 조상들보다 지중해의 그리스인과 로마인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유럽의 정치 문법이 21세기 한국 정치 현실의 뿌리일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강력한 틀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조 교수는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 정치 문법을 파악하는 것은 한국 현대 정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다. 이와 함께 더 나은 정치를 위한 생각의 실마리도 얻을 수 있다.

●유럽 정치의 핵심은 보존 아닌 ‘발명’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부터 현대 유럽연합(EU)까지 2500년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며 ‘정치의 본질’을 파헤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대 민주 정치의 기본 문법을 제공한 유럽 정치의 역사는 단순한 계승이 아니라 선택과 변용, 재조합, 발명의 과정이었다. 조 교수는 “유럽 정치사의 핵심은 전통을 단순히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유형을 ‘발명’해 온 데 있다”며 “국가(네이션)가 왕국(킹덤)의 영토 질서를 시민 공동체로 바꾼 것은 단순한 제도 개혁이 아니라 사회계약이나 일반의지라는 개념을 개발해 정치 주체와 권력의 관계를 새롭게 설계한 발명”이라고 강조했다.

●‘정치란 무엇인가’ 되짚어 보게 해



2025년을 사는 한국인은 ‘정치 과몰입’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치 행위에 무관심한 것도 문제겠지만 좀 과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을 돌아봐야 할 이때,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유용하 전문기자
2025-11-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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