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손자 위한 ‘간절한 선행’…아들 생일 앞두고 떠난 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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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예림 기자
수정 2025-11-19 16:07
입력 2025-11-19 16:07

55세 노승춘씨, 장기기증으로 4명 살리고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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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 세상을 떠나며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고 노승춘(55)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8월 14일 세상을 떠나며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고 노승춘(55)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자신이 선행을 베풀면 앞을 못 보는 어린 손자가 언젠가 밝은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던 50대가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19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8월 14일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노승춘(55)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노씨는 8월 10일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아들의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가족들은 사고 다음 날이 노씨 아들의 생일이라 더욱 비통했지만, 노씨가 평소 장기를 기증하고 떠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고, 삶의 끝에서 생명을 나눠주고 떠난다면 어디선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노씨에게는 선천적 시각 장애가 있는 6살 손자가 있다. 그래서 노씨는 장기기증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이 좋은 일을 하면 손자가 밝은 세상을 볼 수 있는 기적 같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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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 세상을 떠나며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고 노승춘(55)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8월 14일 세상을 떠나며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고 노승춘(55)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자영업과 공장 건설 업무 등에 종사했던 노씨는 사고 당일에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한 헌신적인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언제나 가족들을 먼저 챙긴 그는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다가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따뜻한 사람이기도 했다.



노씨의 아내 윤정임씨는 “아무리 힘들어도 힘든 내색 하나 없이 가족 생각만 하던 당신 정말 고맙고, 너무나 많이 사랑해요. 당신이 지키고 싶어 했던 우리 가족 이제 제가 지켜줄 테니, 맘 편히 잘 지내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윤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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