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도 셜록 홈스처럼 추론한다 [사이언스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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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5-11-20 14:00
입력 2025-11-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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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실을 파악하는 추론은 인간의 고유한 사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뇌신경 과학자들이 동물들도 사람처럼 추론하는 뇌 부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실을 파악하는 추론은 인간의 고유한 사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뇌신경 과학자들이 동물들도 사람처럼 추론하는 뇌 부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이미 알고 있는 정보에서 논리적 결론을 도출하는 사고 과정을 ‘추론’이라고 한다. 추론이나 추리는 인간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동물도 변화가 빠르고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단순히 새로운 환경에 반응하는 것을 넘어, 사람처럼 추론을 통해 생존을 도모한다. 예를 들어 다람쥐는 특정 새소리가 포식자의 소리인지를 지금까지 관찰했던 것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대응 방식을 결정한다. 문제는 동물의 뇌가 이런 추론을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미국 뉴욕대 신경과학센터 연구팀은 동물이 추론할 때 활성화되는 ‘추론 엔진’ 역할을 하는 뇌 부위를 발견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팀이 발견한 부위는 안와전두피질(OFC)로, 동물들이 변하는 상황에 따라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축적하고 판단하게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뉴런’ 11월 18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생쥐에게 소리나 빛 신호를 조절하며 보상 존재와 양을 인식하도록 훈련한 다음, 특정 행동을 하면 물을 마실 수 있도록 급수구가 열리는 실험을 했다. 급수구에서 나오는 물의 양은 5~80㎕(마이크로리터)로 개별적으로 공급되는 양은 다양했지만, 물이 나오는 정도에 따라 낮음, 높음, 그리고 매번 달라지는 혼합 상태로 나뉘었다. 물이 나오는 양은 급수구마다 달랐지만, 일부 물의 양은 공통적이었다. 낮은 상태와 혼합 상태 모두 10㎕가 나왔고, 낮은 상태, 혼합 상태, 높은 상태 모두 20㎕의 물이 나왔다. 연구팀은 어떤 상황에서 어느 정도 물이 나오는지를 숨겨놓고, 동물들이 일련의 시도를 통해 추론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설계했다. 연구팀은 경제학의 ‘지불 의사’ 과제를 본떠서 만들었다. 사람들이 특정 물품을 얻는데 얼마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것으로 이번 연구에서는 쥐들이 시간을 대가로 지불하도록 한 것이다. 쥐들이 추론 능력이 있다면 낮은 상태의 급수구에서 20㎕의 물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는 시간보다 높은 상태 급수구에서 같은 양의 물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 짧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가정했다.

그 결과, 쥐들은 적은 양의 물이 필요할 때는 낮은 상태의 급수구를 이용했고, 더 많은 물을 빨리 마셔야 할 때는 높은 상태의 급수구를 이용하는 것이 관찰됐다. 혼합 상태의 급수구는 생쥐들이 한쪽 급수구에 몰린다든지 하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같은 양의 물이라도 기다릴 가치가 크거나 적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그렇지만, 훈련받지 않은 일반 생쥐는 이런 추론에 이르지 못했다. 그렇지만, 훈련받은 생쥐들도 안와전두피질을 제거하거나, 신호 전달을 차단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보상을 판단하지 못하는 것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생쥐들의 1만 개 이상의 뉴런 기록을 분석해 안와전두피질이 추론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크리스틴 콘스탄티노플 교수(신경과학)는 “동물들도 단순히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 것만으로는 생존이 쉽지 않다”며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추론해야 하는 것은 신경계가 수행하는 가장 중요하고 복잡한 인지 과정 중 하나로 이번 연구를 통해 동물들도 이 기능을 수행하는 뇌 부위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콘스탄티노플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추론 능력이 저하되는 양극성 장애나 조현병 같은 신경정신 질환의 본질에 접근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용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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