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 시장 논리에만 맡겨선 안 돼… 국적 선사로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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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용 기자
수정 2025-09-25 00:02
입력 2025-09-25 00:02

‘해양수산부 부산시대’ 청사진 밝히는 전재수 장관

해수부 이전과 북극항로
5년 내 열릴 북극항로 시대 대비해야
군사·안보에 경제적 가치 더해질 것
부산, 글로벌 물류 허브로 만들 것
해상 운임 담합 제재에 “부적절”
글로벌 경쟁 위해 불가피한 조치
시장 논리 아닌 전략산업 고려해야
세계적 국적 선사로 육성이 급선무
‘마스가’ 관련 역할은
태평양 美함대 수리할 곳 한국뿐
국내에 ‘수리조선단지’ 조성 제안
부산시장 출마엔 “생각할 틈 없어”
전재수(54) 해양수산부 장관은 24일 서울 마포구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서울지원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건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하고 부산을 해양 수도이자 글로벌 물류 허브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 이전을 추진 중인 해운사 HMM에 대한 포스코그룹 인수설에 대해선 “해운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 국내외 23개 선사의 해상 운임 관련 해운법상 공동행위를 담합으로 보고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대해선 “부적절한 결정이었다”며 소신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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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24일 서울 마포구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서울지원 사무실에서 ‘거꾸로 된 세계지도’를 배경으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북반구가 아래쪽, 남반구가 위쪽에 놓여 태평양과 한반도가 한가운데에 위치한 지도로, 한국이 지리적으로 세계 해양의 중심에 있음을 상징한다. 이지훈 기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24일 서울 마포구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서울지원 사무실에서 ‘거꾸로 된 세계지도’를 배경으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북반구가 아래쪽, 남반구가 위쪽에 놓여 태평양과 한반도가 한가운데에 위치한 지도로, 한국이 지리적으로 세계 해양의 중심에 있음을 상징한다.
이지훈 기자


-최근 포스코가 HMM 인수를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해운은 육해공군에 이은 제4군으로, 국가 기간산업의 관점에서 HMM의 지배구조와 매각 문제를 봐야 한다. 민영화가 최고의 선이었던 시대가 있었지만 해운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국가 전략산업 측면을 고려하면 시장 논리에만 맡겨선 안 된다. 과거(1990년) 포스코가 거양해운을 인수했다가 5년 만에 매각하면서 거칠게 표현해 말아먹은 적이 있다. 지금은 HMM의 경쟁력을 강화해 세계적인 국적 선사로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공정위의 해운 담합 제재에 대한 입장은.

“공정위 조치에 동의할 수 없다. 담합이란 건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에 페널티를 주는 거다. 해상 운임 공동행위는 전 세계 해운 시장과 경쟁하기 위한 것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국익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해수부와 공정위 사이에 충분한 논의와 설명이 있었으면 불거지지 않았을 문제다. (공정위 소관) 국회 정무위원이었을 때 이 문제가 쟁점이었는데, 저는 당시 해운업계의 의견에 힘을 실었었다.”

-북극항로의 이점과 열리는 시점은.

“북극항로가 열리면 한국 부산에서 유럽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최단 거리(1만 5000㎞)로 이동할 수 있다. 기존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경유(2만 2000㎞)했을 때보다 7000㎞가 단축된다. 이동 기간은 24일에서 14일로 10일 짧아지고, 연료비는 35%가량 줄어 물류 효율성이 증대된다. 해수 온도가 상승해 얼음이 녹는 시기,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가 풀리는 시점, 북극항로의 경제성에 대한 판단 등 세 가지가 변수다. 지금은 군사·안보적 가치를 더 높게 보지만 미래에는 경제적 가치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르면 2027년 늦어도 2030년쯤 새로운 항로가 열릴 것이란 국내외 연구 결과가 있다. 지금 전 세계가 경쟁하고 있어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선점할 수 없다.”

-해수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이 무슨 관련이 있나.

“부산항은 환적 물동량이 세계 2위다. 1위는 중국 상하이항이다. 동남아시아의 화물이 부산으로 모여 북극항로로 가게 될 거다. 지리적으로만 보면 북한 원산이 좋지만 남북 관계가 좋아져 아무리 투자해도 부산항의 인프라를 따라올 수 없다.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도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할 전략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재명 대통령의 해수부 이전 공약을 제가 설계했는데 이 대통령도 북극항로 개척 전략에 대한 학습이 잘 돼 있어서 보고할 때마다 이견 없이 즉각 승인했다.”

-마스가(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에서 해수부 역할은.

“마스가 프로젝트 투자액이 1500억 달러(약 210조원)다. 대미 투자는 ‘캐피털 콜’(실제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자본을 조달하는 투자 방식)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투자금을 자기 땅에서만 쓰라고 하는데 지금 미국 조선업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돼 있다. 그래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1500억 달러에서 일부를 떼어 내 한국에 수리조선단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태평양에 있는 미국 함대를 수리할 수 있는 장소는 한국뿐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에 출마하나.

“정치인 출신 장관이다 보니 선거를 앞두고 여러 정치적인 해석을 할 거라 생각한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다만 지금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해수부를 안정적으로 부산으로 이전시키고 북극항로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인프라를 만드는 게 정치적 이익보다 더 우선이다. 아직 선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생각할 겨를도 없다.” 

■전재수 장관은 누구

부산 구덕고와 동국대 역사교육과, 같은 학교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입법보좌관으로 국회에 발을 들였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경제수석실 행정관, 제2부속실장을 지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부산 북·강서갑에 출마해 당선된 이후 22대 총선까지 내리 3선을 지냈다. 지난해 6월부터 지난 7월 장관 임명 전까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역임했다.

강동용·이영준 기자
2025-09-2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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