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회담 장소, 부다페스트 부상

최영권 기자
수정 2025-08-21 05:54
입력 2025-08-20 18:11
트럼프·오르반 헝가리 총리 통화
‘각서’ 악몽 우크라 기피할 가능성
스위스 제네바 가세… 빈도 ‘물망’

개전 3년 반 만에 처음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면할 장소로 헝가리 부다페스트가 부상한 가운데 스위스 제네바, 오스트리아 빈까지 거론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 비밀경호국(SS)이 부다페스트에서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에 대비해 의전·경호 준비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통화한 뒤 “오르반 총리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럽의 ‘스트롱맨’인 오르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1기부터 긴밀한 관계를 이어 왔다.
그러나 부다페스트가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체결 장소라는 점에서 트라우마가 있는 우크라이나로서는 기피할 가능성이 있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핵무기 포기 조건으로 미국, 러시아, 영국으로부터 안전보장을 약속받은 합의이나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으로 유명무실해졌다.
중립국이자 다자 외교의 중심지인 스위스도 가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앞서 19일 스위스 제네바를 제안했고, 스위스 정부도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푸틴 대통령에게 면책 특권을 약속했다. 이냐치오 카시스 스위스 외무장관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입국하더라도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겠다”면서 “중립국으로서 갈등 관계의 국가에 회담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오스트리아 빈도 물망에 올랐다. 크리스티안 슈토커 오스트리아 총리는 “오스트리아에서 회담이 열리면 ICC와 접촉해 푸틴 대통령의 참석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면서 “이미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6월 빈 방문 당시 회담 장소로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통화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모스크바에서 열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한 소식통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침략국의 수도에서 회담하는 것은 불가하다’며 즉각 거부했다”고 전했다.
최영권 기자
2025-08-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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